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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다 내게 무료한 시간이 있어서 그의 집에 가보면 그는 항상 무언가를 만지고 있다. 그는 경상도 사람답게 과묵하고 우직스럽고 비타협적이며 또한 고집불통이다. 이러한 기질이 그를 항상 무얼 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고 또한 무언가를 해야만 하게 하는가 보다. 그의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느라면 흡사 시지프스를 대하는 착각에 젖는다. 그가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바위같이 앉아서 뻐끔뻐끔 연기를 내 뿜고 있을 땐, 저게 도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화가 김한의 그림과 작가
그는 말이 없고 느림보며 어떻게 보면 미욱하기 이를 데 없다. 허나 그의 그 끄떡도 않는 부동의 자세에서 그의 모든 것이 있는 것이고 그의 말 없는 행동에서 신뢰감과 함께 묘한 매력을 풍기게 하는 것이다.

그는 많은 화우들 가운데서도 특히 나와의 교분이 두터웁다 강국진과 내가 살고 있는 성산동에는 시인 이성부가 터줏대감인 터여서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지낸다. 요즈음은 조기회를 만들어 새벽 일찍 부근의 산까지 뛰어 다니는데 상쾌하고 건강한 나날을 가질 수 있어서 기쁘다. 그나 나나 이제 40대 인생이다. 40이면 불혹의 나이라던가?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건강해서 참되게 살아야겠고 좋은 작업에 대한 몸부림이 더 더욱 심화 되어야만 할 것이다.

- 김한(화가), 『화랑』,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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